e스포츠는 더 이상 단순히 스크린 속 승부를 지켜보는 취미가 아니다. 과거의 관람자가 ‘시청자(Viewer)’였다면, 오늘날의 관람자는 ‘참여자(Participant)’이자 ‘체험자(Experiencer)’다. 이 변화는 기술 발전, 콘텐츠 산업 구조 재편, 팬덤 문화 확장, 그리고 MZ세대의 경험 지향적 소비 성향이 맞물리며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기존의 e스포츠 관람 방식은 승부의 결과와 플레이 분석을 중심으로 한 일방향 소비였다. 경기력을 평가하고 전략을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으며, 관람 장소는 주로 PC, 모바일, 또는 중계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관람 형태는 공연, 스포츠, 페스티벌 요소가 결합된 멀티 엔터테인먼트 이벤트 구조를 가진다. 단순 게임 경기가 아닌 총체적 경험(Event Experience) 으로 변화한 것이다.
첫째, e스포츠는 공연형 콘텐츠와 결합해 감성적 연출이 강화됐다. 선수 입장 장면은 라이브 콘서트 수준의 레이저 쇼와 음악이 적용되고, 응원은 팀 고유 응원가와 페이스페인팅 같은 음악 페스티벌 문화를 가져왔다. 특히 결승전에서 팀별 등장곡, 팬 응원색, 무대 퍼포먼스가 적용되며 팬들은 ‘경기 관람’이 아닌 ‘세계관 진입’ 을 경험하게 된다.
둘째, 전통 스포츠 문화와의 융합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팀 유니폼 구매, 홈·어웨이 팬덤, 굿즈 수집, 팬 버스 운행, 소속 도시 이미지 형성까지 기존 스포츠 산업의 핵심 요소가 그대로 적용되며 정체성 기반 응원 문화가 강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선수는 단순 게이머가 아닌 퍼포머이자 브랜드 아이콘으로 자리 잡는다.
셋째, 오프라인 이벤트는 페스티벌화되고 있다. 관람객은 단순 좌석 고객이 아니라 체험 부스를 거치며 브랜드 미션을 수행하고, AR·VR 기반 체감형 콘텐츠에 참여한다. 즉, 경기 외 시간까지 경험이 설계된 체류형 문화 콘텐츠로 발전한 것이다. 더 나아가 도시 브랜딩 요소까지 연결되며 “e스포츠가 열리는 도시가 곧 성지”라는 상징성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관람객의 욕구가 정보 소비 → 감정 몰입 → 스토리 참여 단계로 발전했음을 증명한다. 현대 팬덤은 결과보다 과정, 이야기, 세계관, 감정 공유를 원한다. 간단히 말해, 이제 e스포츠 팬은 경기의 관찰자가 아니라 서사의 공동 체류자다.
앞으로 이 문화는 XR 기반 실감형 경기 체험, 메타버스 관람 좌석, AI 개인 맞춤 중계, 팀 IP 기반 공연 상품화, 글로벌 성지 원정 응원 문화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즉, e스포츠 관람 문화는 이제 눈으로 보는 시대에서, 몸과 감정으로 참여하는 시대로 진입했다. 경쟁을 보는 콘텐츠가 아닌, 경쟁을 함께 살아가는 문화로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다.